108. 작은 일에도 힘든 이유 - 스몰 트라우마

작은 일에도 힘든 이유 - 스몰 트라우마

 

우울하기는 하지만, 우울증까지는 아닙니다.

그것이 바로 스몰 트라우마입니다.

당신은 괜찮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약간의 스트레스에는 금방 회복하는 탄력성이 우리 뇌와 멘털에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돌아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질병’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얇은 금속 막대봉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약간만 힘을 가해 휘어주면 금세 원래 모양으로 돌아옵니다만, 일정 수준 이상 휘어지게 되면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 상태를 떠 올리면 됩니다.

 

 

금속 막대봉을 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큰 힘을 한 번에 가해서 휘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로는 작은 힘을 여러 차례 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휘어지게 됩니다.

 

금속 막대봉을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했을 때 삶을 뒤흔들만한 큰 사건이 아닐지라도 작은 사건들이 모여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스몰 트라우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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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를 찾는 사람은 무척이나 다양한데, 가족 사별, 해고 통보 등 심각한 일을 겪고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좀 더 일상적인(어찌 보면 사소한 문제) 스트레스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정신과는 나약한 사람들이 가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신과를 찾는 당사자조차 ‘이런 사소한 문제로 정신과를 찾아도 되나’하는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정신과 의사 토마스 홈즈와 리처드 라히는 환자들의 스트레스 경험과 차후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서 약 5천 건 이상의 의료기록을 검토했습니다. 여기서 ‘배우자의 죽음’같은 가장 충격적인 사건부터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자잘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의 다양한 목록을 작성한 후 각각의 사건에 점수를 주고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건강문제에 대해서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지표는 ‘사건이 얼마나 심각하냐’도 있지만 ‘사건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지’가 심각한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강력한 펀치 한 방에 쓰러질 수도 있지만 가벼운 잽이 누적되더라도 쓰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짧은 시간 내에 이것이 몰아서 오게 되면 신체 및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질환은 스트레스와 가장 밀접하다고 알려진 신체 질환 중 하나인데요, 과민성대장증후군 질환을 가진 환자들 중 빅 트라우마와 스몰 트라우마를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비교한 논문에서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흔히 생각하기로는 부모의 학대나 방치를 경험한 사람들이 더 과민할 것 같다고 예측을 했지만 실제 결과는 차갑고 냉담한 부모 밑에서 자란 정도의 스몰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의 대장이 더 과만했다는 것입니다.

 

여러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실제로 스몰 트라우마는 굉장히 중요하고, 일부 사람들에 대해서는 빅 트라우마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스몰 트라우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 한 번일때는 그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제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데미지가 누적이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만큼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 문제에서 양육자와 자녀의 성격이 현저히 다른 경우, 특 성격조합이 맞지 않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왕따같은 빅 트라우마가 아닌 학창 시절의 경험, 즉 작은 말들도 스몰 트라우마가 될 수 있습니다.

 

빅 트라우마의 상처는 크지만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반면, 스몰 트라우마는 훨씬 더 작은 사건의 조합이기 때문에 알아차리기가 어려운 상황이 많습니다.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라는 게 고통의 연속이고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즉, 언제나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실 어느 정도 행복하지 않은게 사실이고 오히려 행복한 상황들이 가끔 찾아오기 때문에 그 순간에 더 집중하고 즐겨야 한다는 관점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유명한 심리학자 아들러의 책 첫 문장은 바로 “ Life is difficult” 즉, 인생은 원래 어렵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