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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토닥이

106.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다 -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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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다 - 단순 노출 효과 (Mere Exposure Effect)

 

우리는 어떻게 해서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는 것일까요? 꼭 이성이 아니더라도 물건이든, 사상이든, 제도든 간에 왜 호불호가 생기는 것일까요?

 

이성 친구에게 호감을 사려 애쓰는 젊은이로부터, 고객들의 마음을 선점하려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광고주에까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이유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지만, 인간 심리가 또한 몇 가지 근본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주 접할수록 호감이 간다는 법칙을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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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한 남성이 멀리 떨어져 사는 여자 친구의 마음을 사려고 러브레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열렬한 러브레터는 여성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2년이 넘지 않는 기간 동안 무려 400통의 편지가 배달되었고, 흔들리던 여성은 드디어 결혼을 승낙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결혼한 사람은 편지를 쓴 사람이 아니라, 그 편지들을 열심히 날랐던 우편배달부였습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선 경계심이나 불편함을 갖게 마련이지만, 차츰 접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는 피츠버그 대학의 한 강의실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외모의 여학생들을 들여보냈습니다. 단 여학생에 따라 15회에서 0회까지 수업에 들어가는 횟수에 차등을 두어 조정하였고, 또한 클래스의 원래 학생들과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말고, 수업이 끝난 후 따로 만나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한 학기가 끝난 후 클래스의 남녀 학생들에게 이들 여학생의 사진을 보여주고,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얼굴 순서로 나열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15회 들어간 여성을 가장 매력적인 얼굴로 뽑았고, 한 번도 들어간 적 없는 낯선 얼굴을 가장 매력 없는 얼굴로 뽑았습니다. 더불어 완전히 들어맞진 않아도 선호도는 강의실에 들어간 횟수와 비례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자이언스와 그의 동료들은 얼굴에 대한 태도가 노출의 횟수에 따라 달라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단순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자주 보면 정이 들고, 만나다 보면 좋아진다는 것이지요. 이를 적용하면 우편배달부와 결혼한 대만 여성의 심리도 이해할만합니다. 낭만적인 연애편지로 인한 로맨틱한 분위기에 젖은 상태에서, 400번에 걸쳐 동일한 청년(우편배달부)의 얼굴과 목소리에 노출되었으니 호감이 생겼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버스에서, 전철에서 매일 아침 마주치는 얼굴에 이성적으로 끌리게 되고, 티격태격 다투던 직장 동료와 사랑에 빠지며,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과 열정적인 밀회를 하게 되는 것 모두 이러한 단순노출 효과의 영향 때문입니다.

 

단순노출 효과는 사람에게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프랑스 파리의 명물이 되어 있는 에펠탑은 1889년 처음 건립되었을 때만 해도 파리 시민들의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 거대한 철골 구조물에 대해 사람들은 고풍스러운 파리 정경을 완전히 망쳐놨으며, 악마의 표시 같다는 혹평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완공되자마자 철거가 논의될 정도로 당시 시민들의 반응은 심각했는데, 그런 에펠탑을 구제한 것은 오로지 당시 처음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무선 송신의 중계소로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가까스로 철거를 모면한 에펠탑은 이후 파리 시민의 자랑이자, 파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멀리서도 에펠탑 모습을 바라보며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시민들은 어느새 정이 들고 만 것입니다.

 

광고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많은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스포츠 스타를 후원하며, TV 드라마나 영화에 자사 제품을 협찬합니다. 또한 다양한 공익광고에도 자사 브랜드를 눈에 띄지 않게 집어넣곤 합니다. 이러한 광고들은 대놓고 자사 제품을 사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브랜드에의 노출 기회를 반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간접적인 광고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꼭 긍정적 이미지로 노출될 필요도 없습니다. 소위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게 있습니다. 선정성 때문에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던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든가 하는 식의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휩쓸고 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분명 마이너스가 될 것임에 분명한 내용임에도 소리 소문 없이 매출은 올라가기만 하고, 나중에는 매니지먼트 회사가 일부러 흘린 소문이라는 기사까지 뜹니다. 그러나 이런 폭로 기사마저 매출을 높이는 데 일조합니다. 모두 반복적 노출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무언가에 호감을 느끼는 것은 개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좀 더 위험한 것은 거짓 선전이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것이 진실인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북한의 김정은이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의 모습이 살아 있을 때의 김일성 모습과 너무도 흡사함에 놀랐습니다. 비슷한 체격에 비슷한 헤어스타일, 그리고 동일한 복장까지. 이 모두 선전선동부 김기남의 책략이라고 전해집니다. 끊임없는 반복 선전으로 주민의 사상을 통제하는 북한에서, 지금까지 아무런 경력도 없는 젊은 청년을 민족의 지도자로 내세우기 위해선 이미 단순노출에 의해 주민들의 정서에 깊이 심어져 있는 김일성의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것이 가장 신속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당과 주민들을 이끌 충분한 능력을 갖춘 지도자라는, 사실과는 거리가 먼 신념을 심어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류가 아직 원시시대에 머물고 있었을 때, 단순노출 효과는 적과 우리를 구분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역시 동료들 사이에 우애를 다지고 협력을 돕는 유용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겠지만, 동시에 의식하지도 못하는 새에 대기업의 광고 전략에 넘어가게도 하고, 또 이성과 깊은 숙고에 기반하지 않은 채 섣부른 관계를 맺도록 유혹하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누구에겐가, 무엇엔가 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항상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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