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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토닥이

107. 브랜드가 맛있다? - 블라인드 테이스팅 (Blind T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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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맛있다? - 블라인드 테이스팅 (Blind Tasting)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에 길거리나 대학 강의실 앞에서 펩시 챌린지라는 행사가 벌어졌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코카콜라에 대한 충성심이 워낙 강해서 펩시는 차이가 많이 나는 2등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코카콜라와 펩시 중 어떤 콜라를 더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코카콜라라고 답했습니다.

 

행사 진행 요원은 이제 상표가 가려진 컵에 콜라를 따르고 참가자에게 마셔보게 한 후, 어느 쪽이 더 맛있느냐고 묻습니다. 참가자가 하나를 고른 순간, 진행 요원은 상표를 가리고 있던 종이를 벗겨내고 어리둥절해하는 참가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콜라는 ‘펩시’군요.”

 

펩시와 코카콜라 사이의 소위 콜라 전쟁은 1919세기말부터 시작됩니다. 만년 2등에 머무르던 펩시콜라는 1975년 이 펩시 챌린지 행사를 통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어지는 펩시, 새 세대의 선택이라는 구호를 통해 바짝 따라갑니다. 펩시 챌린지 행사는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고도의 심리 전략을 구사한 작전이었습니다.

 

우선 당시만 해도 90% 이상의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선호했던 만큼, 브랜드를 보여준 선택 과정에서 과반수가 넘는 사람이 코카콜라를 선택하리라는 것은 자명했습니다.

 

두 번째로 펩시가 확신했던 것은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에서는 사람들이 두 콜라의 맛을 구분하지 못할 터이니, 펩시와 코카콜라를 선택할 확률은 반반일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챌린지 행사를 시행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좋아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눈을 가리면 펩시를 선택할 터였습니다.

 

게다가 이를 선전하는 프로파간다 역시 펩시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것은 대를 물려 이어받은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제는 자신의 미각을 믿고 어떤 사회적 조작이나 압력을 배제한 채 순수한고 독자적인 선택을 행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가치관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무기력한 모습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가치관을 세워나가는 새 시대의 선택, 그것은 바로 펩시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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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펩시는 고객들에게 맛이 좋은 것이 더 좋은 것이다라는 미끼를 던진 셈이지만, 오래전부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심리학자들에 의해 입증되었습니다. 단백질 과자를 콩단백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맛이 없어지며, 아이들에게 우유와 사과를 맥도널드 봉투에서 꺼내주면 더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콜라가 어느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브랜드가 찍힌 컵에 먹느냐가 중요하다고도 합니다.

 

와인 테이스팅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얻어집니다. 자칭 와인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동일한 와인을 두 가지 다른 라벨이 붙은 병에 넣어 맛을 보게 합니다. 그 결과 과반수 이상이 최고급 와인이라는 라벨이 붙은 병에서 따른 와인이 더 맛이 좋았다고 평가했습니다.

 

2004년에 베일러 대학의 신경생물학자인 새뮤얼 매클루어(Samuel McClure)와 그의 동료들은 상표를 보여주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콜라 맛을 보는 피험자의 뇌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보고하였습니다.

 

상표를 가린 상태에서 코카 혹은 펩시콜라를 주었을 때는 내측 안와전두피질(medial orbitofrontal cortex)의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는 반면, 상표명을 보여주었을 때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활성이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 전전두엽은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연관이 있는 만큼, 상표를 보았을 때는 의식적 뇌가 콜라로부터 비롯된 쾌감 자체를 통제해 버린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후속 연구들을 통해, 상표를 보게 되면 맛에 대한 의식적, 인지적 해석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아예 받아들이는 자극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는 게 알려졌습니다. 맛은 콜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코카 아니면 펩시라는 상표에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펩시는 자신 있게 사운을 걸고 펩시 챌린지 행사를 벌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나의 미각이나 후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제품은 결국 품질이 말해준다는 식으로 믿고 있지만, 사실은 브랜드에 따라, 상표에 따라, 혹은 포장 용기의 디자인에 따라 우리의 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브랜드의 영향력은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유학파다 국내파다 하고 차별을 하고, 국내에서도 S, Y, K대 어느 쪽이냐에 따라 사람 자체를 다르게 평가합니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말이야 누구나 쉽게 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뇌 자체가 이렇게 구조화되어 있으니 브랜드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펩시 챌린지를 통해 브랜드의 통념으로부터 벗어나자고 외쳤던 펩시 회사는 결과적으로 이 행사를 통해 자사 브랜드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들이 외쳤던 구호와는 정반대의 효과, 즉 회사가 실제로 원했던 결과를 얻어낸 것입니다. 참으로 브랜드와 광고의 효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회사의 구호를 따르기보다는 우리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100%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구입하면서 내가 이 백을 산 것은 오로지 품질이 좋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을 기만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이 브랜드의 이미지가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게 더욱 자유롭고 당당한 모습이 아닐까요?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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