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Fentanyl)이란 무엇인가?
한 때 마약청정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은 마약청정국이 아니라고 합니다. 유흥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던 마약이 이제는 SNS 등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마약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서 젊은 층에서 펜타닐 중독이 많아지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펜타닐은 도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요?
펜타닐이란?
펜타닐(Fentanyl)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으로, 벨기에의 제약회사인 얀센에서 개발했으며 현재는 특허가 만료되었습니다. 이 약물의 위력은 헤로인의 50배에서 100배에 달하며 완전치사량(LD100)은 고작 2mg 내외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마약 이외에 살상 목적의 독극물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약물의 강력한 효과 덕에 본래는 엄청난 고통을 겪는 말기 암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 대형 수술 환자용 진통제로 사용되었습니다.
펜타닐은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힘든 사람을 위해 만든 약물입니다. 의사의 처방으로만 처방받고 사용 시에도 계속 주의해야 합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모르핀이나 옥시코돈, 히드로모르폰 같은 모르핀계 약물과 더불어 가장 많이 쓰이는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코데인/트라마돌/타펜타돌 등도 마약성 진통제이긴 하지만, 모르핀/옥시코돈/펜타닐보다는 확실히 그 효과가 약합니다.
전에는 사다리요법이라고 해서 아스피린/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 코데인/트라마돌/타펜타돌 → 모르핀/옥시코돈/펜타닐 순으로 단계를 거쳐 통증을 조절함을 정석처럼 여겼으나, 당장 환자의 통증 조절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처음부터 강한 마약성 진통제를 주기도 합니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부터 옥시콘틴이라는 마약성 진통제가 제약업체의 로비로 제재가 완화되어 의사의 잘못된 처방으로 수많은 오남용자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마약에 중독된 환자들은 거리의 마약상에게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거리의 가짜 옥시콘틴에는 처음에는 헤로인이 섞여 있었으나, 이내 공급업자들은 펜타닐이 제법 간단하고 중독성이 높다는 것에 주목, 높은 상업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중국에서 원료 성분들을 생산하여 이걸 멕시코로 수송해 펜타닐을 만들어 미국과 영국, 캐나다의 암시장에 팔아대기 시작했습니다.
펜타닐은 초강력 마약성 진통제인만큼 금단증상으로 살을 기름에 튀기는 것과 같은 통증이 발생하므로 끊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악용하여 마약상들은 의존성이 있는 거의 모든 약물의 가짜약 제조 과정에 펜타닐을 섞기 시작하면서 펜타닐 중독자를 양산하였고, 결국 길거리에 약물이 대량으로 나돌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 들어 급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해 2013년부터 북미를 중심으로 최악의 약물 위기를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펜타닐의 위력
진통효과는 모르핀의 약 200배, 헤로인의 100배 정도로 매우 강력하거니와 휴대와 사용 또한 가루 또는 패치 형태로 유통되기에 간편하고 쉽습니다. 펜타닐 패치 외에도 액틱같이 사탕처럼 녹여 먹는 스타일도 있는데,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는 환자에게 유용합니다. 방송에서 CRPS 환자들이 막대사탕처럼 문 것은 십중팔구 펜타닐입니다.
펜타닐은 대단히 강한 진통제라 200~1600μg 단위로 제재됩니다. 이 정도 양도 이미 다른 마약성 진통제를 장복하여 거기에 적응된 사람에게 처방되는데, 처음부터 펜타닐이 빠른 속도로 구강 점막을 통해 투입될 경우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모르핀이나 헤로인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효과가 월등히 강력한 이유는 분자가 극성이 약하고 지방에 잘 녹는 특성을 지녀 뇌와 혈관 사이 혈뇌장벽을 극성분자인 모르핀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펜타닐의 위험성
펜타닐의 치사량은 시안화칼륨(청산가리)의 1%입니다. 의사가 처방한 적정량이 아닌 패치를 한두 장 더 붙인다 하는 식으로 용법, 용량을 남용했다가는 진통제가 아니라 자살약물로 작용하게 된다고 봐도 될 정도로 위험합니다. 문제는 불법유통되는 약물은 제품마다 흡수율이 다를뿐더러, 치사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다가는 아차 하는 순간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다른 마약과 달리 사용이 간편함도 문제입니다. 펜타닐은 입에 머금고만 있어도 구강 점막으로 빠르게 흡수되어 즉각 작용하기 때문에, 중독자들이 허겁지겁 입에 넣다가 과다투여 하여 입에 약을 머금은 채 그대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펜타닐의 과다투여의 치료
펜타닐을 과다 투여하면 신경의 신호 전달을 차단하고 인체의 호흡 기능이 중단되어 질식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혈중 이산화 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이 신호를 신경을 통하여 호흡 중추에 전달해 숨을 쉬도록 해야 하는데 펜타닐은 이 신경을 차단해 버립니다. 숨을 안 쉬니 마치 물에 빠진 익사자처럼 10~20분 남짓만에 뇌가 산소부족에 빠져 뇌세포가 손상되어 죽거나 식물인간이 되기도 합니다. 펜타닐 과다복용에 대한 해독약도 이런 질식통 감각부터 빨리 살려주는 약물입니다.
이 약물의 과다 복용을 치료하는 해독제는 날록손(Naloxone, 상표명으론 Narcan)이라는 아편 길항제를 사용하는데, 헤로인 과다복용 시에 사용하는 약으로 헤로인 탓에 마비된 호흡중추를 회복시켜 줍니다. 원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었지만, 캐나다에선 워낙 펜타닐 사고가 급증하다 보니 아무나 살 수 있도록 바꾸어서 상습적 펜타닐 중독자들은 응급대책으로 지니고 다닐 정도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구급대원들은 거의 필수적으로 휴대를 하고 있으며, 경찰들도 사용법을 교육받고 차에 한 세트 정도는 넣고 다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의 펜타닐 현황
우리나라에는 펜타닐이라는 약물이 2020년대 들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래퍼를 중심으로 펜타닐 오남용 문제가 알려졌는데, 펜타닐 증기를 들이마시는 식의 오남용이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유명 힙합 크루가 펜타닐 판매의 중심에 서 있으며 몇몇 살인사건이 펜타닐과 연관되었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하였고, 그와 더불어 펜타닐 오남용 확산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루머가 힙합씬 내에서 떠돌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11월 13일 마침내 래퍼 불리 다 바스타드가 자신의 그간 7년간의 마약류 남용 사실을 토로하며 대마초 흡연으로 자수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펜타닐 투약에 대해서도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자수 당시에는 '마약 한 게 자랑이냐'라며 소리를 듣기도 했으나, 2021년에 공중파 매체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마약 실태를 폭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2022년 7월 중순 텔레그램으로 필로폰과 대마초를 판매업자에게 구하여 약을 한 사실이 밝혀져, 애초에 펜타닐처럼 중독성이 강한 마약은 단약을 했더라도 재발이 쉽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습니다.
2021년 5월 20일에는 명의도용으로 펜타닐 처방을 받아 판매 및 복용한 10대 42명이 무더기 입건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미성년 투약자들은 중독증세로 인해 매우 긴 시간 동안 부작용이 남을 것이며 중독 치료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치료가 가능한 건지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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