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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토닥이

068. 저보고 꾀병이래요. 저는 정말 아픈데 - 신체증상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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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하고, 속도 늘 불편하고 전신이 다 아파서 병원에 가서 이 검사 저 검사를 다해봤거든요.
그런데도 나오는 건 없고, 결국엔 저보고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보라더라고요.
저보고 꾀병이라고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어요. 저는 정말 아픈데, 제가 이상한건가요?”

환자는 몸이 늘 불편해 괴롭고, 낫고 싶다는 생각에 비싸다는 CT, MRI, 혈액검사 등 안 해본 것이 없는데 검사결과에 이상은 없으니 ‘뭐라도 원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합니다.

‘신경성이다.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큰 이상은 없다. 증상이 지속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추천 드린다’ 라는 말도 한두 번이지, 짜증이 납니다.
처음에는 나를 걱정해주던 가족들도, 잦은 검사에 지쳤는지 이제는 무덤덤해진 것 같습니다. 

 

 

 

 

 

신체증상장애의 정의

이러한 환자분들은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질환과 달리 초기 발현 증상이 신체증상이라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처음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보다는 내과, 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의 타과 진료를 먼저 보게 됩니다.

 

 

제가 정말 꾀병을 부리는 건가요?’ 라고 질문하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신체화 증상(정신 활동, 심리 상태와 관련되어 발생하게 되는 신체 증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분들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증상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대부분의 환자들은 호소하는 증상에 합당한 신체적인 이상이 없거나, 신체적 이상이 있더라도 환자가 호소하는 정도만큼의 고통을 유발할 정도는 아닐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환자가 증상을 의식적으로 꾸며내는 것도 아닙니다. 환자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과 의심은 환자의 고통을 가중하고, 우울증상도 유발하는 등 악순환에 빠지게 만듭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신체증상장애로 진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체적인 통증 호소는 전체 인구의 10%, 건강염려증적 경향은 4%가량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기 때문입니다이러한 고통이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서 일상에 큰 영향을 줄 때 주로 신체증상장애라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만성화된 신체증상장애는 대개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체적인 이상이 동반될 수 있는 항목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처음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만을 받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대면한 의사로부터 진단과 검사를 받은 후, 원인이 발견되지 않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추천받을 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체증상장애의 원인

신체증상장애생물학적, 심리적, 환경문화적인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먼저 기억하여야 할 점은, ‘신체증상장애는 다양한 신체증상들에 대한 의학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보다는환자가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받는 고통과 동반되는 증상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병이라는 것입니다.

 

 

신체증상장애의 생물학적, 신체적 원인을 따져보면, 통증을 받아들이는 신경계가 너무 예민하지 않고 적절한 자극에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조절되어야 하는데, 신체증상장애 환자분들은 자극이 매우 적거나 심지어 자극이 없는 경우에도 예민한 신경계가 통증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내장근, 골격근 등의 비정상적인 수축 등도 이에 관여하는 요소입니다이러한 증상과 관련 있는 신경전달물질이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기에,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을 대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하게 됩니다.

 

 

심리적 측면에서 신체증상장애의 원인은 마음속의 불만이나 스트레스가 우울이나 불안등의 감정으로 적절히 표현되지 못하거나, 긍정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불만과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부정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은 외부적인 사건보다 자신의 내부에 더 주의를 기울이므로 자신의 신체적인 상태에 더욱 민감하며 애매한 정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이러한 측면에서 지나친 자기 통제와 절제를 하여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의 경우 신경성 신체증상이 비교적 더 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회환경적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서구 사회보다 신체증상장애의 발생비율이 높은 것은 참고 억누르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배경, 우울, 불안등을 표현하는 경우 정신질환자라고 손가락질받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의 연관성도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체증상장애의 역학 및 통계

조사에 따르면 진료현장에서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1040%나 된다고 합니다. 국내 종합병원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 외의 진료과 초진환자들 중에서도 11.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신체증상장애의 증상

위 예시에서 보듯, 신체증상장애 환자는 신체의 모든 장기에 걸쳐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신체증상장애 세부 질환의 종류에 따라 밑에 기술된 증상 중 일부 증상만 호소하거나 대부분을 호소할 수 있으며 시간에 따라 주로 호소하는 증상이 바뀌기도 합니다.

 

- 일반적 신체증상: 근육통, 무기력감, 땀, 입마름, 얼굴의 화끈거림 등
- 소화기계 증상: 구토, 메슥거림, 속 쓰림, 복부팽만감 등
- 신경계 증상: 두통, 어지럼증, 손발의 저림이나 떨림 등
- 심장 및 호흡기계 증상: 가슴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숨 막힘, 가슴의 열감 등
- 비뇨생식기계의 증상: 생리불순, 생리통, 하복부통증, 성기능 이상 등

 

이런 다양한 신체 증상을 가진 환자는 신체질환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여러 병원에서 신체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고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하고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반복하는 의료쇼핑(doctor shopping)의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뚜렷한 병명 없이 신체 증상이 지속하기 때문에 환자는 희망을 잃고 무력감, 좌절감을 느껴 우울증 등을 동반하기도 하며집중력 감소, 식욕부진, 짜증이 많이 나고 예민해짐, 결단력이 없어짐, 멍한 느낌, 불면 등의 정신적인 어려움은 흔히 호소하기도 합니다.

 

 

노인환자의 신체증상장애

75세 D 할머니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6.25 사변에 부모님을 잃었고, 고아원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에 일찍 결혼을 했지만 남편은 외도를 해 집을 나갔습니다. D할머니는 홀로 6남매를 키우려 고생했지만, 6남매는 이민을 가거나 형편이 어려워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D 할머니는 그래도 “아플 새가 없었다. 우울할 틈도 없었다” 라는 생각으로, 특별히 아픈 줄, 우울한 줄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인지라 점점 팔다리, 어깨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1년 전, 그래도 주변에 살며 전화로 안부를 묻던 막내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이후로 할머니는 이유 없는 가슴통증이 시작됐습니다. 가슴이 시리듯 아프고, 입은 불이 난 것 같이 뜨거워 음식을 삼키지 못합니다. 어깨 통증, 다리 통증도 특별히 더 나빠질 이유가 없는데도 극심했다가, 견딜만했다가를 반복합니다. 병원을 찾아보았지만, 병원에서는 고령 때문이라는 말만 합니다.

노인환자의 경우, 병으로 진단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뇌의 노화 및 퇴행성 변화로 신경계의 통증 혹은 피로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져 있는 상태가 됩니다. 또한 고령에서는 노화로 인한 관절 통증, 복통 등이 흔하게 나타나며 질병탄력성이 떨어져 있어 이를 동반한 다양한 신체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과의 마찰이 많은 노인분이나 독거노인의 경우 이러한 증상들은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소아환자의 신체증상장애

소아환자의 경우 우울 및 불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여 비특이적인 신체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것이 불안, 우울장애를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소아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신체증상은 어지러움, 복통, 두통, 얼굴 붉어짐, 가슴 두근거림 등입니다.

 

영화 ‘마이걸’에서 사춘기 소녀 베이다는 동네 의사에게 “3년 전 목에 걸린 닭 뼈가 아직도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상하죠, 의사가 보았을 때는 분명히 아무것도 없는데요. 베이다의 엄마는 베이다를 출산하던 중 돌아가셨습니다.
베이다는 장의사인 아빠, 삼촌,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베이다는 늘 외롭습니다.
 
“아빠, 내 왼쪽 가슴이 오른쪽보다 빨리 자라요. 암인 것 같아요. 난 죽을 거예요.”
“그래, 아가. 냉장고에서 마요네즈 좀 꺼내오렴.”
 
베이다는 엄마를 잃은 슬픔과 외로움을 말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엄마가 죽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죄책감은 표현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던 중, 베이다의 감정에 공감해 주던 유일한 친구가 사고로 죽게 되고, 이러한 상실로 베이다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밖으로 터뜨리게 됩니다.

베이다는 자신이 엄마를 죽였는지를 아빠에게 묻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다”는 대답을 듣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지만, 그 슬픔을 드러낼 때 위로받고 추억을 지닐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베이다는 “난 마침내 닭 뼈를 삼켰다”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우울증상과 동반하여 잦은 신체증상을 호소할 수 있지만, 흔한 증상인 만큼 신체증상장애로 쉽게 진단 내리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불안, 우울 등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아이가 특별한 원인이 없는 잦은 신체증상을 호소한다면,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도 관심을 주어야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 더 칭찬해 주고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아이들은 아프지 않아도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점차 신체 증상을 덜 호소하게 됩니다소아의 신체화 증상은 비교적 예후가 좋고, 호전될 가능성이 성인보다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체증상장애의 치료

신체증상장애 환자 중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환자는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의사들의 신체증상장애에 대한 이해부족과 환자들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로 인한 낙인기피 현상이 모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치료원칙은 신체 증상에 대한 검진 및 검사는 초기에만 집중적으로, 의사의 판단에 근거하여 필요한 것만 시행하고 이후에는 규칙적이고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와의 병행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체 증상 혹은 통증이 발생하고 이를 조절해 줄 수 있는 다른 진료과와의 협진을 통해 모두에서 꾸준하게 치료받는 것이 좋습니다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신체적인 통증 혹은 문제에 대한 치료를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약물치료

약물치료는 통증, 신체증상 그 자체에도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동반되는 우울, 불안, 불면에 대한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이 조절되면서 이차적으로 통증 조절 효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약물치료제로는 항우울제가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노르에피네프린린 및 세로토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신경계에서 과도한 통증 감각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분들이나 통증에 민감한 신체증상장애 환자분들의 경우 두뇌에서 노르에프네프린 및 세로토닌의 활성이 저하되어 있어 과도하고 예민하게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통증에 주로 사용하게 되는 항우울제는 뇌에서 노르에피네프린 및 세로토닌의 활성을 증가시켜 과도하고 예민한 통증감각을 느끼지 않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노르에피네프린 및 세로토닌은 우울증의 발병과 주로 연관이 있는 신경전달물질로 생각됩니다. 뇌에서 활성화된 노르에피네프린 및 세로토닌은 신체증상뿐 아니라 우울, 불안, 불면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환자분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이러한 일상의 회복은 결국 간접적으로 통증의 감소에 기여하여 신체증상장애 환자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항우울제의 경우 약제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약이기 때문에 금방 효과가 없다고 약제투약을 중단하거나, 한꺼번에 빠른 효과를 얻겠다고 과량 복용하는 것은 올바른 복용법이 아닙니다.

 


항우울제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사용하게 되는 약이 항불안제인데요. 항불안제는 항우울제에 비해 빠른 시간인 30분~1시간 만에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장기간 다량 복용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약제입니다. 따라서 치료 초반에는 치료 효과를 위해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를 같이 병용하여 사용하다가 치료 효과에 따라 점차적으로 항불안제의 용량을 줄여 나갈 수 있겠습니다. 

 


환자분 마다 증상이 모두 다를 뿐 아니라, 나타나는 부작용의 종류도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약제를 선택할지는 의사와 환자가 논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는 둘 중 하나를 택일하여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동일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두 가지를 함께 시행할 경우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는 치료법입니다.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체 증상을 조절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소중한 일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치료, 집단치료 등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치료

대표적인 정신치료로는 통찰지향적인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최면치료 등이 있으며, 어떠한 치료가 가능하고 적합한지는 담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받은 이후 결정됩니다. 신체증상장애 환자분들에게는 다른 접근도 중요하지만, 현재 환자분이 경험하고 있는 문제들이 스트레스, 기분증상 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좋아질 수 있다는 설명을 통해 긍정적이고 단단한 환자-의사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출처 :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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