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상쾌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금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블로그지기 하루온입니다.
요즘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투가 있습니다. 바로 '~인 것 같아요.'라는 표현입니다. 이 말은 원래 추측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문장입니다. 예를 들면 '비가 올 것 같다.', '저 사람은 배가 고픈 것 같다.'처럼 불확실한 정보를 전할 때 사용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요즘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자기의 상태를 이야기할 때도 이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혹시 이상함을 느끼지는 않으셨나요?
'기쁘다.', '화가 난다.', '불안하다.'같은 감정은 주관적이고, 스스로가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왜 확신이 아닌 추측의 형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확신이 부담스러운 사회 분위기
우리는 지금, 확신이 곧 공격으로 오해를 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기감정을 단호하게(정확하게) 표현하면 민감하다거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단정적인 언어를 피하게 되고, 여지를 남기는 말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기분이 정말 좋아요!'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의 기분, 혹은 마음상태가 좋지 않을 때 공감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을 하면,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인 것 같다'는 말은 때때로 공감 능력을 포장한 언어적 완충 장치의 역할을 합니다. 감정의 진위를 흐리는 대신 대화를 부드럽게 만드는 사회적 기술로, 이는 상대의 해석과 감정을 존중하는 방식의 표현인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건 확신이 부담스러운 시대에 추측하는 것은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감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결여
또 하나의 원인은 자기감정에 대한 확신 부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감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분이 좋다'라고 느끼는 순간이라 하더라도 피로감, 걱정 등 복합적인 정서가 뒤섞여 있습니다. 즉, 행복하고 좋은데, 무언가 불안한 생각이 같이 떠오른다던가,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서운한 감정도 같이 가지고 있는 식으로 말이죠.
이처럼 한 가지 주된 감정에 다른 감정이 뒤섞여 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정확하게 말하는 대신 '추측형 표현'으로 포장합니다. 이는 말을 하는 그 자신도 그 감정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감정 인식 능력' 혹은 '정서 명명 능력'이라고 하는데, 이 능력이 부족하게 되면 자기의 감정이지만, 자기도 잘 모르기에 '기분이 나쁜 것 같아요.'라는 추측형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런 추측형 표현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탐색 중이라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책임을 피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
감정이나 판단을 확정적으로 말하면, 그에 따른 책임이 따라옵니다.
'기분이 나쁘다.'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왜?'라고 반응하고, 대화는 곧 누구의 책임인지를 찾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반면, '기분이 나쁜 것 같다.'라고 말하면, 그 감정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고, 상대방도 '어떤 것이 불편했을까?'정도의 가벼운 공감으로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 것 같다'는 표현은 불필요한 갈등이나 책임을 피하는 데 유리합니다. 지금은 실수 하나에도 SNS와 주변 평판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검열의 시대입니다. 명확하게 말하는 순간 불이익이 따를 수 있기에,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애매한 표현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모호한 표현은 자신의 감정을 대략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책임이나 대립을 피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직장이나 학교, SNS등 다수의 시선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이런 식의 모호한 표현이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
(1) 직장에서의 회의
"저는 이 방법이 조금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 사실은 확신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표현했다가 상사와 의견 충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인 것 같다'라는 표현을 통해 충돌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2) 친구와의 대화
"요즘 좀 우울한 것 같아" -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감정이 무겁다.',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확신이 없다.', '우울하다고 말했을 때 생기는 부담감이 두렵다.' 같은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울하다'라는 말 대신 '우울한 것 같다'라는 모호한 표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온전하지는 않지만 안전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확신 없는 말하기의 두 얼굴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이 한 문장은 단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확실함, 배려, 방어, 모호함이 모두 녹아 있는 복합적인 신호입니다. 이런 언어 습관을 무조건 피하거나 소극성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확신보다는 여지를', '단언보다는 유연함을' 택하는 시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지금 슬프다."
"나는 화가 났다."
이런 표현은 때로는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타인과의 진짜 관계를 맺는 출발점이 되어줄 것입니다.
'~인 것 같다.'라는 표현을 습관처럼 쓰고 있다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 문장을 지우고,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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