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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og...

030. (v)제 꿈은 좋은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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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잠시 짬을 내어 혼자 카페에 와서 앉아 있습니다. 작은 카페에 들어갈까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 싫어, 대형 카페 한 구석에 혼자 조용히 앉아서 음악을 즐기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기 보다는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여유에서 그냥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제가 글을 하나 올렸던 것이 있습니다. 상처의 치유는 기억에서 잊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무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치유된 것이라고요.

 

 

다행히, 제 마음의 상처는 치유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저를 그렇게 아프게 했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두 달 전쯤 제가 정말 우울이 극심할 때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감정의 변화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울감을 제외하고는 정말 아무런 감정이 없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던 악기연주, 만화책 읽기, 유튜브 보기 등이 하나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미움의 감정이 없어지는 대신에 좋아하는 감정도 함께 잃어버린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상담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더니, 이렇게 답을 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정이 힘든 상태가 되면, 우리 뇌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끔 차단을 하는데, 이게 심해지면 몸의 감각도 둔해질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제 몸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정말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구나라고요. 그에 반해서 저는 그동안 제 자신을 너무 소중하지 않게 여긴 것은 아닌 지 반성하게 됩니다.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볼 때 저는 그다지 부족할 게 없는 사람입니다. 안정된 직업을 가졌고, 저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멋진 배우자도 있고, 토끼처럼 예쁜 아이도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인간 관계도 원활한 편이고, 친구들도 있고.... 그냥 남들도 다 하는 그런 걱정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이 마음의 병은 치료가 되지 않고 저를 괴롭히는 걸까요? 저는 왜 제 모든 걸 바치면서 일구어낸 소중한 결과들의 행복함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하고 우울이라는 늪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요. 정답일지 아닐 지는 모르지만 제가 찾은 답은 '제가 더 행복하고 평화로울수록 더 슬퍼질 수 있다'였습니다. 이상하죠? 더 행복해질수록 슬퍼진다는 게요.

 

 

 

저의 가장 큰 꿈이자 마지막 목표는 바로 '좋은 아빠가 되는 것'입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아빠가 된 그 순간부터 많이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느꼈던 그 불안과 공포, 절망의 감정을 제 아이에게만은 절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싫어했던 부모님의 행동을 똑같이 하지 않기 위해 저를 다그쳐 왔습니다. 그 덕분에 올해 열 살이 된 아이는 아빠를 참 좋아합니다. 아빠랑 노는 게 정말로 재미있다고. 늘 저녁시간이 되면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장난치며 웃고 잠들 때는 토닥토닥을 해줍니다.

 

 

한 가지 걱정은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를 늘 고민하고 있지만, 제가 감정을 잘 억누르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잘 극복하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슬픈 점은 아이의 모습에서 어릴 적 제 모습이 오버랩된다는 것입니다. 활짝 웃으며 생활하는 아이를 보면서 '저 나이 때 나는 방 한 구석에서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 했고, 부모님의 눈치를 살펴야 했는데...' 라며 그 모습이 보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임에도 그 아이가 참 불쌍하게 느껴지면서 그 감정을 알기에 슬퍼집니다. 네.. 쓸데없는 자기 연민 맞는 것 같습니다. 이 감정 때문에 행복해질수록 그에 비례해 슬픈 감정을 함께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부모님께 큰 불만은 없습니다. 그렇게 저를 혹독한 환경에 놓이게 해 준 덕분에 생존이 무엇인지를 배웠고, 제가 부모가 되었을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가르쳐 주었으니까요.(원망하는 것 아닙니다.)

 

 

요즘은 저는 회복기에 있습니다. 전에도 수없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지만 이번만큼은 예전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예전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나빠졌다가 좋아졌다를 반복했다면 이번 회복은 제가 몇 가지를 깨닫고, 다르게 생각하기로 결심하고 난 후에 맞이한 첫 회복기라는 것이지요. 저 역시도 어떻게 제가 변해갈지 궁금해집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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