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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토닥이

029. 상처 받는 것보다 상처 줄까봐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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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울증을 앓고 난 후에 감정이입이 유독 심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로, 타고 난 기질 자체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높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게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입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보더라도 갑자기 주인이 쓰러지면 바로 달려와서 관심을 보이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동물도 있는데, 이는 기질에 따라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두 번째로는 우울증의 결과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쓴다는 것입니다.


저는 후자에 속하는데요,


저는 우울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울증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이상하리만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제가 상처받는 게 편하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 봐 너무 두렵습니다. 그래서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상대방보다 오히려 제가 안절부절하게 되고, 혹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모두 제 잘못인 것처럼 느껴져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제가 힘들었던 시절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을 본다거나, 제가 무척이나 아끼는 친동생이 힘들었던 시기에 했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 그렇게 마음이 아픕니다.



감정의 이입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질만큼 힘들 때도 많습니다.


물론 공감능력이 높아지면서 장점도 있기는 했습니다. 안 좋은 일을 겪은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함께 고민하고 아파해 줄 수 있어서 기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병원에서 상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선생님의 말씀은 '당신이 생각하는만큼 상대방은 상처받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였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우울증을 겪는 분들이 걱정할만큼 다른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합니다. 혹시 가족들이 상처받을까 봐 병원 진료를 주저하고 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본인의 정신과 치료로 인해 상처받는 가족이 있다면, 그건 그 가족 본인의 문제일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럴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 의사들의 의견이고요.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아직까지 제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인데요.


제 솔직한 마음은 이렇습니다. 소중한 제 가족들이 겪어야 할 어려움이나 문제가 있다면 그것들을 모두 제가 떠안고 가고 싶은게 솔직한 제 마음입니다.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는 제가 힘든 게 편하거든요.


아직까지 저는 제가 상처받는 것보다 제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두렵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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