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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og...

020. (v)절망, 좌절과 절박함 그리고 분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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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힘으로 오늘까지 살아왔습니까"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실 수 있나요?

 

 

저는 절망과 좌절, 그리고 절박함이 주는 분노의 힘으로 여태껏 제 삶을 이끌었다고 답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마음속에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과 불안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제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이 늘 마음속에 존재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절망과 방황 사이를 맴돌던 청소년기에는 그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가 표출되었습니다. 그나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게끔 해준 건 제가 돌봐야 했던 어린 동생이었습니다.

 

 

짧은 방황을 마치고, 힘들게 대학에 들어갔지만 온전히 학업에 집중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좌절과 싸워야 했고,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으며, 현실 앞에서 제 나약함을 실감하며, 무너짐을 수없이 반복해 갔습니다.

 

 

그래도 버텼습니다. 이대로 무너져 버리기에는 너무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악으로 버티면서 세상을 향해 "네가 나를 무릎 꿇게 하려고 할 수록 나는 내가 약하지 않음을 세상 앞에 증명하겠다"라는 깡 하나로 버텨왔던 것 같습니다.

 

 

딱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저에게 짊어진 무거운 짐을 털어내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거는 두 가지 도박(실제 도박 아닙니다^^)을 했습니다. 제 남은 인생을 All-in 하는 선택이었고, 실패하면 그냥 낭떠러지로 떨어져 버리는 선택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살고 싶었습니다. 남은 방법은 제 자신에게 무자비하게 채찍질하며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제 All-in은 실패하지 않았고, 다행스럽게 저는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가정을 꾸리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삶을 살아왔지만 마음 한 켠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애써 그 마음을 외면했지만 외면하면 할수록 그 마음은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껏 저를 살 수 있게 해 주었고, 삶을 지탱하게 해 주었던 절망과 분노의 그 힘이 저를 망가뜨리기 시작하더군요. 

 

 

이미 제 자신은 어려움이 있거나 문제를 만나면, 제 자신을 몰아붙이는 방법으로만 해결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고, 그것은 제 마음과 육체를 서서히 병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몸과 마음이 더 버티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 마음을 달래주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저를 지탱해 주었던 그 분노와 절망의 힘을 놓아 주려고 합니다. 지금껏 저를 살게 해 준 너무나도 고마운 존재지만 저를 너무 많이 지치게 했거든요.

 

 

지금부터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 동안은 '내가 해내야만 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가 좋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제 남은 삶을 이끌어 줄 새로운 힘을 찾으려고 합니다.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삶의 원동력을 찾는 그 과정도 함께 즐기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봐야겠습니다.

 

 

 

삶은 단 한 번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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