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뜬금없는 제목인가요?
한참 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었는데, 오래간만에 올라온 글이 야구 이야기라서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프로야구 원년 MBC청룡팬으로 야구를 보기 시작해 현재는 LG 트윈스의 진성팬입니다.
2023년 11월 13일, 드디어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기를 거머쥐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우승이 1994년이었으니까, 무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게 된 것이지요.

참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1994년에 고3 수험생이던 제가,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90년대만 해도 LG는 강팀이었습니다. 90, 94, 97, 98년에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2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한국시리즈는 몇 년에 한 번씩 당연히 올라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당시 LG 2승 3패) 9:6으로 앞서고 있던 그 때, 마운드에는 수호신 이상훈 선수가 올라왔고 타석에는 이승엽 현 두산감독이 있었습니다. 6차전을 승리하고 7차전을 기대하고 있었건만,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쳐서 올라와 이미 체력적으로 완전히 방전되어 있던 이상훈 선수는 이승엽 선수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았고, 바뀐 최원호 투수(현 한화 감독)가 마해영 선수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으면서, 2002년의 한국시리즈는 그렇게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패배 후, LG 트윈스가 다시 한국시리즈에 서기까지 21년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을요.
그렇게 긴 기다림이 있었고, 드라마의 소재로 쓰일 만큼(응답하라 1994에 LG 우승 이야기가 나오죠) 1994년의 영광을 29년이 지난 2023년 드디어 재현하게 되었고,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LG 트윈스, 처음으로 잠실야구장에서 우승축포를 쏘다.
LG트윈스는 창단 후, 올해까지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1990년과 1994년에는 모두 원정구장에서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1990년은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이었던 대구시민구장에서, 1994년은 태평양 돌핀스의 홈구장이었던 인천 도원구장에서 한국시리즈 4승째를 거두었습니다.
1990년과 1994년 모두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을 했고, 4승 무패로 마무리했기에 모두 원정구장에서 우승을 확정했던 것이지요. (이 내용은 기사로도 나오지가 않네요.. 잠실에서 첫 우승인데)
2023년 올해는 1차전을 내준 덕분에(?) 5차전까지 시리즈가 이어졌고, 홈구장이자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질 잠실야구장에서 우승 축포를 쏘아 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특이한 포스트시즌 제도(1위팀에게 혜택 몰빵) 덕분에 잠실구장에서 5차전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홈 어드밴티지를 가진 구장에서 1, 2, 6, 7차전을, 원정에서 4, 5, 6차전을 진행하는데, 특이하게도 우리나라는 1위 팀 홈구장에서 5경기나 치르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같은 구장 편성이었다면 이번 우승도 원정경기에서 확정될 뻔했습니다. ^^
2. LG 트윈스가 우승할 때는 4연승으로 한다.
1990년 우승 당시 위에서 언급한대로 상대팀은 삼성 라이온즈였고,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를 끝냈습니다. 두 번째 우승인 1994년에도 태평양 돌핀스를 상대로 4연승으로 우승했고, 2023년에도 KT 위즈를 상대로 비록 1패를 당했지만 4연승을 거두며 세 번째 왕좌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3. 눈물을 흘리는 팬들이 많았던 LG 트윈스의 우승
자주 우승을 하고, 언제나 강팀으로 군림했던 구단의 팬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LG 진성팬들만의 한이 있습니다. (아마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은 이해하실 겁니다.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아마 올해보다 더 한 티켓 전쟁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겁니다.)
칠쥐, DTD 등, 전설의 롤렉스 시계, 다 말라버린 아와모리 소주 등 LG 트윈스를 놀리는 단어는 수없이 많습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진 암흑기를 비롯해,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며, 늘 시즌의 마지막 경기는 패배로 끝나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저 역시도, "내가 죽기 전에 LG 트윈스의 우승을 볼 수 있을까?", "내 아이를 엘린이로 키워도 될까?"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고 다른 LG팬분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이었을 겁니다.
2023년 한국시리즈 5차전, LG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많은 팬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29년의 한을 풀어낸 눈물이기도 할 겁니다. 저도 설마 했는데, 눈물이 나더군요...(언제 울어봤는지 정말 기억조차 나지 않거든요)
우승 후, 이렇게 많은 팬들이 눈물을 흘리는 건 29년이라는 기다림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 아주 오래된 옛 연인은 떠나 보내시고, 새로운 연인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LG 우승 후 1994년 우승멤버인 이상훈 해설위원이 남긴 말입니다. 그동안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장면은 정말 오래된 필름 속에 있는 김용수 선수가 만세를 외치며 1루로 송구하는 장면이었고, 이 마지막 우승의 기억을, 이제는 신민재 선수가 2루수 직선타를 잡는 장면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29년 만의 우승이 너무 기뻐 어딘가에는 이 기쁨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많은 팬들을 울렸던 LG 트윈스의 2023년 통합 우승, 정말 기쁩니다.
'V-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4. Good Bye-4, Hello-5 두 번째 이야기 (1) | 2024.06.19 |
---|---|
113. Good Bye-4, Hello-5 첫 번째 이야기 (0) | 2024.06.18 |
104. 직장으로의 복귀를 앞두고 (0) | 2023.06.26 |
094. 다시 찾아온 무기력함, 다시 시작된 나와의 싸움 (1) | 2023.05.08 |
093.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현재의 선택 (0) | 2023.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