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무기력함, 다시 시작된 나와의 싸움
한동안 글 쓰는 것을 소홀히 했습니다. 제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4월 들어서면서 무기력함이 심해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주변 환경이 변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밖의 좋은 날씨를 보아도 나가고 싶다는 마음만 들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막상 힘들게 집 밖으로 나가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보니 금방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
무기력함이 찾아왔을 때 가장 크게 드는 마음은 바로 가족, 특히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입니다. 해야할 일들은 눈에 보이는데 하고자 하는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다 보니 그냥 미뤄두게 되고 결국은 배우자가 바쁜 와중에 그 일들을 다 하게 됩니다. 참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그게 몸으로 움직여지지 않으니 저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병원에 상담을 하러가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하고 있는 고민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만 그게 정확한 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기력함이 힘든 건 제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게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도 그 일을 하는 게 너무 힘들다 보니 누구에게 터놓고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등교준비 해주는 것, 간식과 끼니 챙겨주기, 빨래, 쓰레기와 재활용품 내다 버리기 등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쌓여가는 일을 보며 스트레스만 받을 뿐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큰 마음을 먹어야 몸이 움직여지니 정말 답답한 노릇입니다. 보고 있는 가족은 더 힘들겠죠? 요즘은 정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일이 없다
요즘은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합니다. 멋진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 있을 뿐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무언가를 억지로 하더라도 재미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에 좋아하던 것들도 요즘은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하니 그저 무미건조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지금 저에게 묻는다면,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그냥 누워 있고만 싶다"고 대답할 겁니다. 집에 하루종일 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도 딱히 재미있는 것도 없고, 산책도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아까운 시간들을 그저 무미건조하게 보내고 있을 뿐이죠.
나는 시간을 지금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저에게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반기에는 복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복직을 하게 되면 아마 지금 이 소중한 시간들을 이렇게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것을 많이 후회할 겁니다. 제 평생 다시 갖기 힘든 이 소중한 시간들을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알차게 보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하루가 빨리 가기만을 바라고 있으니 제 자신이 무척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제 마음에 대해 상담을 하면,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쉬는 동안 자격증도 취득했고, 블로그도 시작하고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해야 할 것은 하고 있지 않냐고 이야기 하네요.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나 시작된 나 자신과의 싸움
요즘은 오히려 빨리 일터에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복직하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바쁘고 몸은 힘들겠지만 이런저런 잡생각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규칙적이고 무언가 통제를 받는 생활이 오히려 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1년 넘게 일을 놓고 있었고, 처음 경험해보는 긴 휴식이었기에 복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도 합니다만 "한 달만 잘 보내면 적응할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쓰는 글인데 두서 없는 글이 되고 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블로그 역시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절실하게 느낍니다. 오늘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글을 썼다기보다는 제 마음을 다잡기 위해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씁니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아름다운 계절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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